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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6일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하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백악관? 리치필드 교도소? 둘 다 아닙니다. 사실 넷플릭스의 첫 오리지널 시리즈는 《릴리해머》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2월 6일이 바로 《릴리해머》가 넷플릭스에 처음 공개된 역사적인 10주년 기념일입니다.
넷플릭스 역사의 중대한 순간은 북해의 한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시작됐습니다. 베르겐이라는 도시였죠. 노르웨이 출신 크리에이터인 에일리프 스코드빈과 앤 뵈른스타드는 노르웨이의 작은 마을 '릴리해머'를 배경으로 작품을 썼고, 주인공으로 점찍어 둔 스티비 밴 잔트에게 이를 제안했습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찾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스티비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시리즈를 보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대본을 보내줄 수 있냐고 묻자, 스티비는 "대본이요? 시즌 전체를 다 보내줄 수 있어요."라고 했죠. 그래서 작품을 봤는데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티비가 관객이 좋아할 만한 역할로 분한 전형적인 이방인 이야기였는데, 그가 맡은 진지한 전직 갱스터 프랭크 태글리아노와 온순한 마을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이 훌륭한 코미디를 만들어냈죠. 대부분의 관객은 접해보지 못했을 문화 속에서 매우 친숙한 캐릭터가 탄생한 것입니다. 스티비와 첫 통화를 했을 때는 결과가 어떻게 될지 잘 몰랐습니다. 제가 스티비 음악의 엄청난 팬이고 그가 출연한 《소프라노스》도 재밌게 봤기 때문에 단 몇 분이라도 스티비와 이야기할 수 있어서 행복했을 뿐이었죠.
스티비는 최근 발간한 자서전 《Unrequited Infatuations》에서 그 통화가 인생 최고의 비즈니스 미팅으로 이어졌다고 회상합니다. 그 미팅이란 저와 처음으로 대면한 때를 말하죠. 제가 기억하기론 당시 스티비는 배우와 뮤지션으로서의 능력에 비하면 세일즈맨으로서는 소질이 별로 없었어요. 《릴리해머》를 "낯설고 특이하며 별나고, 때로는 영어로 했다가 때로는 자막으로 나왔다가..." 한다며 겸손하게 묘사했는데, 거의 제 흥미를 떨어뜨리려는 것처럼 보였으니 말이에요. 스티비가 몰랐던 것이 있다면 저희가 이미 에피소드를 다 시청했고 작품을 너무나 마음에 들어 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스티비와 저희는 작품 판권 구입과 두 번째 시즌 제작에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노르웨이 TV 시리즈는 보통 시즌 1개로 끝이 나고, 후속 시즌을 제작할 때는 그사이에 긴 휴식기를 가진다는 사실은 몰랐죠. 그렇게 계약은 성사되었습니다.
미팅은 성공적이었고 스티비는 모든 아이디어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한 가지만 빼고요. 제가 스티비에게 매주 에피소드를 한 편씩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 번에 모든 시즌을 공개한다고 하니, 멈칫하더군요. "1년 동안 피땀 흘려 고생한 작업물을 하루 만에 시청할 수 있게 한다고요? 그건 조금 이상한데요."라고 하길래, 저는 "이상하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앨범 작업하는 것과 같아요." 그러자 스티비가 웃으며 동의했죠.
《릴리해머》는 2012년 1월 25일 노르웨이 TV 방송국 NRK에서 처음 방영된 후 2012년 2월 6일, 넷플릭스의 미국, 캐나다, 라틴 아메리카 회원들에게 여덟 편의 에피소드가 모두 공개됐습니다. 그해 하반기에는 영국, 아일랜드, 북유럽에도 공개됐죠. 넷플릭스가 다양한 국가에 다양한 언어로 스트리밍한 첫 번째 시리즈였고, 이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릴리해머》는 넷플릭스 첫 번째 시리즈로 발표하기에는 조금 독특한 선택이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는 로컬 이야기라는 점에서 오히려 효과가 있었습니다. 작품 속 농담이나 레퍼런스는 현지에서, 더 보편적인 작품 속 주제는 전 세계에 완벽하게 통했으니까요.
그 이후로 수많은 훌륭한 로컬 이야기가 다른 국가와 다른 문화의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는 것을 봐왔습니다. 작품 속 배경이 어디든, 사용된 언어가 무엇이든 간에 말이죠. 《릴리해머》는 이후 공개된 수많은 작품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멕시코의 《검은 욕망》 《누가 사라를 죽였을까》부터 스페인의 《종이의 집》, 덴마크의 《더 체스트넛 맨》 《레인》, 독일의 《다크》 《바바리안》, 프랑스의 《뤼팽》, 인도의 《신성한 게임》,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넷플릭스 역대 최고 흥행작인 한국의 《오징어 게임》까지 참 다양한 작품이 나왔죠. 하지만 언제나 그 처음은 《릴리해머》일 겁니다.
이렇게 멋진 10년의 여정을 시작해 준 《릴리해머》와 스티비 밴 잔트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의 10년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합니다. 넷플릭스는 어디에서든 사랑받을 수 있는 다양한 지역의 훌륭한 이야기들을 전달하리라는 것이죠.
